서운함과 감사

남아선호 사상이 유독 강했던 한국에서 딸을 낳으면 “섭섭이” 라고 이름을 불렀던 적이 있습니다. 이에 선교사들은 영어 이름을 “I am sorry”라고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이야기지만  섭섭이라는 이름을 갖고 산 여인은 부모에게 섭섭한 마음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살다보면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 때가 참 많이 있습니다.  나의 수고를 아무도 몰라 줄 때, 어떤 일이나 능력에 대해  인정받지 못할 때, 생일이나 기념일 등 뭔가 기대 했는데 그 기대에 못 미칠 때, 진심을 몰라주고 오해를 받을 때, 편애나 부탁을 거절 당했을 때 등 일상 가운데 수시로 서운한 감정이 듭니다.

몇 해 전 목회를 잠시 쉬게 되어 아내가 일선에 나가 일하고, 자연스럽게 가사일을 하게 된 때가 있었습니다. 밥하고 설겆이 하고 청소하고 하루 종일 가사일을 해도 별로 표시가 나지 않았습니다. 간혹 아내가  ‘집이 이게 뭐야? 하루 종일 뭐했어? ‘ 라는 말을 할 때 화가 나기도 하고 내심 서운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날 저의 모습을 돌아보며 아내도 참 서운하고 섭섭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베다니 마을에 삼남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평소 예수님을 잘 모시고 섬겼던 가정이었습니다. 오빠가 중병에 걸려 예수님께 사람을 보내 빨리 오시길 청했으나 죽은지 4일이나 지나 왔습니다. 이에  마르다가 “주께서 여기 계셨더면 오라비가 죽지 아니하였을 것입니다”라며 말합니다. 능력 있으신 주님이 빨리 오셔서 고쳐주셨으면 오빠 나사로가 죽지 않았을텐데 라는 예수님에 대한 서운함과 섭섭함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서운함은 우리의 일상 가운데 언제든지 우리 마음에 쉽게 파고드는 감정입니다. 서운함은 분노나 미움과 증오의 감정에 비해 대수롭지 않은 감정처럼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서운함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않을 때 서서히 우리의 마음을 잠식하며 마음에 기쁨과 감사와 열정 등을 다 빼앗아 갑니다.

서운함은 마치 보자기와 작은 물방울 같습니다. 보자기에 물건을 싸면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듯이 서운함은 기쁨과 행복, 감사와 은혜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립니다. 또한 한 방울씩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이 오랜 시간의 흐름속에 바위를 뚫듯이 서운한 감정도 쌓일 때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서운한 감정은 사람에게 여러 영향을 끼칩니다.

그 중 하나가 의욕상실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누군가로부터 인정이나 칭찬을 받을 때 사람들은 더욱 의욕적으로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어떠한 일에 서운한 감정이 들 때  모든 열심과 열정은 다 사라지고  의욕을 상실하게 합니다.

서운함은 사람들과의 관계도 깨어지게 합니다. 서운하다는 것은 누군가 대상이 있음을 말합니다. 배우자든, 부모형제든, 자녀이든, 직장 동료이든, 교회 성도이든  누군가 대상이 있습니다. 서운함은 마음을 멀어지게 하며  만남도 대화도 서먹서먹하고 어색하게 합니다.  서운함이 심해질 때 관계까지 깨어지게 만듭니다.

서운함은 모든 감사를 빼앗아 가기도 합니다. 열 가지 감사한 일이 있어도 한 가지 서운한 것이 있으면 감사는 어디론가 다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부모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을 때, 헤아릴 수없이 많은 부모의 은혜와 감사는 사라지고 섭섭함만 남습니다. 배우자나 자녀 또는 그 누군가에게 서운함이 있을 때에도 기쁨과 감사는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기에 감사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서운한 감정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온 청교도들이 하나님께 드린 첫 추수감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02명 중 혹독한 겨울을 보내며 절반 이상이 세상을 떠나  50여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서양을 건너와 여러 친구들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첫 열매를 드리나이다”라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원망과 불평, 서운함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더 많이 베풀어 주신 은혜를 생각하며 감사를 드렸던 것입니다. 혹 누군가에게 서운함이 있나요? 그로인해 감사의 마음을 빼앗기지는 않았나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서운함보다는 더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 많았을 것입니다. 더욱이 하나님에 대해서는 그러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도 건강과 생명을 주시고, 가정과 일터를 지켜주시고, 교회를 지켜 주시며

오늘까지 있게 해 주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생각할 때 감사할 뿐입니다. 서운함의 보자기를 풀어 감사했던 일들을 하나씩 헤아려 보며 감사와 기쁨을 되찾는 감사의 달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나님에게도, 가족과 이웃에게도!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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