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에 아들이 결혼을 하였습니다. 만난 지 9개월여 만에 백년가약을 맺은 것입니다. 작년 여름 한 자매와 첫 만남이 있다고 하기에 데이트 팁으로 2시간 정도만 만나라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98도가 넘는 뜨거운 날로 장시간 만남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무려 8시간 이상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첫 만남에 “바로 이 사람이다”라는 마음이 들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합니다. 지난 9개월 동안 그 마음 변함없이 지속 되더니 결혼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정현종 시인이 <방문객>이란 시에서 “한 사람이 온다는 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노래하였습니다. 방문객이 와도 어마어마한 일인데 사돈 가정엔 멋진 아들이, 우리 가정엔 예쁜 딸이 한 가족으로 왔으니 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인가? 양가 가정에 기쁨과 축복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저마다 결혼식의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본인이나 형제이든, 친구나 지인의 결혼식이든 추억이 있을 것입니다. 결혼 60주년이 넘은 이태영 이남균 장로님이 코로나 팬데믹에도 하루에 두 번씩 산책을 하시며 서로에게 힘과 사랑이 되어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 것을 뵈면 존경스럽습니다. 우리 부부가 31주년이 되었으니 배나 더 함께 사신 것입니다. 미래를 꿈꾸어 봅니다.
상담학 교수로부터 ‘언제 가장 행복할까요? 결혼식이 피크가 되고 그 다음부터는 안타깝게도 하향곡선을 그리게 됩니다.’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남편이 상담소에 왔습니다. 남편이 하소연하길, 처음 결혼하고 집에 가면 아내가 달려 나와 안아주고, 강아지는 짖으며 반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면서 반대가 되어 집에 들어가면 개가 뛰어 나와 반기고, 아내는 잔소리만 한다는 것입니다.
한껏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였습니다. 결혼식 날이 최고로 행복한 날이고 그 다음부터 하향곡선을 그린다면 결혼이 필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혼하는 부부에게 결혼식은 축복의 날이 아니라 그 반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결혼생활과 주위의 많은 가정들을 볼 때 결혼식이 행복의 피크가 아니라 출발임을 말하고 싶습니다.
뉴저지가 가든 스테이트인 것처럼, 가정이란 정원에 어떠한 꽃을 심고 물을 주느냐에 따라 불행의 가정이 될 수도 있고 행복의 가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로를 탓하고 원망하고 불평의 말은 잡초와 가시가 되어 서로를 찌를 뿐입니다. 대신 위로와 격려와 칭찬의 꽃들을 심고 사랑의 물을 줄 때 그 가정은 아름답고 향기 가득한 행복한 가정이 될 것입니다. 때론 비바람을 맞고 눈보라가 칠 때도 말입니다.
문정희 시인은 <축복의 노래>의 시에서 이렇게 노래합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반지 만들고, 영혼의 향기로 촛불 밝혔네.
저 멀리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 하나, 둘이 함께 바라보며 걸어가리라.
오늘은 새 길을 떠나는 축복의 날,
내딛는 발자국마다 햇살이 내리어, 그대의 맑은 눈 빛 이슬 매쳤네.
둘이서 하나 되어 행복의 문을 열면,
비바람인들 어이 눈부시지 않으리. 추위인들 어이 따스하지 않으리.
아아 오늘은 아름다운 약속의 날, 사랑의 이름으로 축복하리라.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최초로 만든 제도가 가정입니다. 두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어 서로 돕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게 하셨습니다. 안타깝게도 갈등과 다툼 속에 사는 가정도 있고, 아픔의 상처를 남기고 헤어진 가정도 있습니다.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지난 상처는 뒤로 하고 새로운 미래의 삶을 향하여 나아가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함께하는 가정에게는,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랑으로 함께 행복의 문을 열어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를 포함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