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러 7 센트

어김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2019년을 보내고 2020년 새해를 맞이한다. 누군가에게는 소망과 기대 가운데 벅찬 가슴으로 맞이하는 새해가 되겠지만, 그 어느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기대와 희망도 없이 맞이하는 새해가 되기도 할 것이다.

몇 해 전 목사님들과 만남에서 ‘1달러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조차 망설이는 목회자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목회자의 삶이 어렵다는 것이다. 나 역시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고등학교 졸업 후 공장생활부터 시작을 하였다. 이후 신학교에 입학하여 건설현장, 방범대원, 거리질서, 학원 강사 등 쉬지 않고 일을 하면서 학교를 다녔었다. 거처할 곳이 여의치 않아 독서실, 교회 사무실, 교회의 목사님 댁, 학교 기숙사 빈대(?)(비공식으로 거주하는 신학생을 지칭)로 지내며 공부를 하였었다. 군에 입대할 때 따뜻한 밥 세끼를 염려없이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눈물 젖은 빵의 의미를 뼈 속 깊이 경험했던 지난날들이었다. 그러기에 많은 이민교회 목사님들이 생활고로 1달러의 커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 역시 공감하고 이해하는 줄로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제법 규모 있는 교회에서 부교역자와 담임목사가 되면서 넉넉하지는 않지만 먹고 사는 것만큼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던 나는 곧 그 말을 잊었던 것 같다. 그러던 나는 예기치 못한 교회의 사임과 14여 개월의 목회지가 없는 공백상태가 되면서 당장 먹고사는 현실에 부딪혀야만 했다. 미국에 와서 공부와 목회만 했던 내가 할 일이란 별로 없었다. 이에 아내가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처음에 four job을 뛰면서 아침5시부터 밤9시까지 일을 하였다. 미안한 마음에 내가 했던 것은 운전을 대신 해 주는 것이었다. 일하는 곳에 내려 주고 인근의 도서관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주중에 도서관이 일찍 문을 닫는 날이 있어 그 날은 맥도널드로 향했다. 한쪽 구석진 곳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도서관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에 가장 싼 메뉴를 보니 커피 1달러짜리가 있었다. 세금 포함 1달러 7센트였다. 매달 내야하는 집 렌트비와 생활비,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무임목회, 힘들게 일하는 아내를 생각하니 커피 한 잔 사 마시는 것조차 망설여졌다. 바로 몇 해 전 어느 목사님이 ‘이곳 뉴저지에는 1달러 커피를 마시는 것조차 망설이는 목사님들이 많이 계십니다’라는 ‘바로 그 목사’가 된 것이다.

새해 2020년 1월을 맞이하면서, 1년 전 2019년을 맞이하였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 누군가에게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밝고 환하게 웃으며 맞이하는 새해가 되겠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춥고 어두운 밤으로 맞이하는 새해도 될 수 있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제 나는 또다시 1달러의 커피는 아무 염려 없이 마신다. 그러나 커피한잔에 망설이는 그 누군가가 있음을 가슴 깊이 새기며 잊지 않을 것이다. 나의 고백의 이 글을 읽는 그 누군가에게 소망을 드리고 싶다.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께서 분명 당신을 사랑하시며, 지금도 당신과 함께 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주야로 눈물로 음식을 삼았던 한 시편기자는 절망과 낙심 가운데 자신의 영혼에 이렇게 외쳤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가 여전히 찬송하리로다”(시편42:5)

하나님은 소망의 하나님이시다. 우리 주님 역시 소망의 주님이시다. 마음에 낙심이 있는가? 불안한가? 그렇다면 하나님께 소망을 두기 바란다.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찬송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아니 지금 힘이 들어도 믿음의 찬송으로 이겨나가길 바란다.

낙심과 불평과 불만 가득히 목공소에서 일하던 에드워드 모트라는 사람이 주님을 만난 이후 그는 이렇게 고백하였다. “내 망치는 이제 노래하기 시작했다. 내 망치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 마음에 기쁨과 감사의 생수가 솟아 흘러넘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가 써 내려 간 찬송시가 <이 몸의 소망 무언가>라는 찬송이다.

1.이 몸의 소망 무언가 우리 주 예수뿐일세 우리 주 예수 밖에는 믿을이 아주 없도다

2.무섭게 바람 부는 밤 물결이 높이 설렐 때 우리 주 크신 은혜에 소망의 닻을 주리라

3.세상에 믿던 모든 것 끊어질 그날 되어도 구주의 언약 믿사와 내 소망 더욱 크리라

4.바라던 천국 올라가 하나님 앞에 뵈올때 구주의 의를 힘입어 어엿이 바로 서리라

[후렴] 주 나의 반석이시니 그 위에 내가 서리라 그 위에 내가 서리라

그렇다. 지금 1달러 7센트의 커피를 마실 여유가 없을지라도 우리에게 소망이 있는 것은 변함없이 우리를 사랑하사 함께하시고 돌보아 주시는 주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나를 낙심케 하고 불안케 하고 두렵게 하는 현실인가? 우리의 소망이신 주님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찬송으로 나가길 바란다. 만약 커피 한잔 아무 생각 없이 마실 수 있는 여유였다면 하나님께 감사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도 커피 한 잔에 망설이고 있을 그 누군가를 돌아보며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럴 때 따뜻한 사회, 따뜻한 교회가 될 것이다.

김귀안 목사

Comment (2)

  1. 윤우파파 12/29/2019 at 10:51 pm

    저 또한 2020년 새해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1년 전의 저와 가족을 돌아보게 됩니다.
    다가오는 새해의 소망을 생각하며 목사님, 세빛교회와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Reply
    1. Sebitchurch 02/12/2020 at 2:47 pm

      반가워요. 종수형제~~
      2020년 복된 나날이 되길 기도합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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