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가장 좋은 거름은?

2020년 계획을 세우고자 잠시 집과 교회를 떠나 남부뉴저지에 있는 평화기도원에 다녀왔다. 이름처럼 평화롭고 조용한 기도원이었다. 늦가을에서 겨울 초엽의 길목이었기에 꽃은 시들어 떨어졌음에도 기도원은 정원으로 잘 가꾸어져 있었다. 원장 내외 전도사님 모두 부지런함과 섬김과 헌신이 몸에 배여 있음을 본다. 기도원 뒤편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장작더미가 눈에 들어온다. 1년 중 6개월은 난로로 집안의 온기를 해결하는 데 족히 3년은 땔 수 있는 많은 양이다.

감사한 것 중에 하나가 여전도사님의 맛깔스럽고 풍성한 음식이었다. 기도하러 오신 분들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신다고 했다. 12년 전 기도원을 시작할 때 어느 성도분이 무를 가득 갖다 주었는데 반찬을 만들지 몰라 목 놓아 울었다고 한다. 그런데 눈물을 보신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셨다. 다음 날 그 분들이 와서 ‘아무래도 반찬을 못 만드실 것 같아 왔다’면서 무김치를 만들어 주셨다고 한다. 그때 옆에서 보고 배우며 시작한 음식이 이제는 음식의 달인이 다 되신 것이다.

남편 전도사님 또한 농사를 지어본 적도, 톱질과 못질조차도 별 경험이 없던 분이 농부와 목수가 다 되셨다. 기도원 한 편에 전도사님의 작품인 비닐하우스가 멋진 자태와 함께 튼튼히 세워져 있었다. 안에 들어가니 배추, 상추, 파, 케일, 열무 등이 잘 자라고 있었다. 비닐하우스에 맺힌 물방울이 채소 위로 떨어지며 생명수를 공급받고 있었던 것이다. 땅의 수분이 위로 올라가 물방울이 되어 다시금 땅으로 떨어지는 거였다. 기도도 그러하리라. 하나님께 오를 때엔 수증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나 때가 되면 송골송골 맺어 응답해 주시리라.

대화중에 전도사님이 “밭에 가장 좋은 거름이 뭔지 아세요?”라는 말에 그래도 농촌 출신으로 당당하게 퇴비라고 말하려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답에 나는 크게 웃고 말았다. 그리고 가슴 깊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밭에 가장 좋은 거름은 발걸음입니다.”

그렇다. 채소에는 비료도 퇴비도 좋은 거름이지만 가장 좋은 거름은 “농부의 발걸음”인 것이다. 발걸음이란 관심이요 사랑이요 돌봄이다. 채소는 농부의 부지런한 발걸음을 통해 사랑을 먹고 자란다. 관심과 돌봄의 발걸음을 통해 싱싱하게 자라는 것이다. 어찌 채소만 그러하겠나? 꽃도 나무도 곡식의 모든 생명체도 사랑을 먹고 자란다. 가축도 그러하다. 성경에 “네 양 떼의 형편을 부지런히 살피며 네 소 떼에게 마음을 두라”(잠언27:23)고 한다. 양 떼와 소 떼도 목자의 부지런한 발걸음의 사랑과 보살핌을 먹고 자라는 것이다. 목사인 나에게 성도들을 사랑으로 부지런히 살피며 돌아보라는 말씀으로 다가온다.

2천 년 전 하늘에서 내려와 이 세상의 땅을 부지런히 밟으며 사랑의 발걸음을 하신 분이 계시지 않은가? 사랑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 그 분을 통해 우리는 생명을 얻었다. 더 나아가 풍성한 삶을 얻었다.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밤 제자들의 발을 일일이 씻어 주심은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부지런한 발걸음이 되라고 씻어주심이 아니었을까? 더 나아가 풍성한 삶을 위하여 사랑과 관심과 돌봄과 섬김의 발걸음이 되라고 씻어 주신 것은 아니었을까? 십자가에 못 박히게 될 주님의 발 대신에 말이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셀 수 없는 부모님의 수많은 사랑과 돌봄과 희생의 발걸음, 그리고 내 인생의 수만큼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있었음을 기억하며 감사로 마음을 채운다. 그리고 이젠 나의 발걸음이 그 누군가 복음이 필요하고 사랑과 관심과 돌봄이 필요한 이를 향한 발걸음이 되길 다짐하며 소망해 본다. 다음의 말을 마음에 새기면서 말이다.

“밭에 가장 좋은 거름은 발걸음입니다”

2019년 11월 23일 김귀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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