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세상 속으로

 

LA에서 부목사 시절 ‘더불어 세상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목회자들이 매년 한 주일 동안 성도들의 삶의 터전에서 일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수고의 땀을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성도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정원 가드너, 페인트 칠, 수영장 청소, 데이케어센터, 마트, 봉제공장, 빌딩청소, 창고정리, 화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섬겼다. 개인적으로는 봉제공장, 마트 반찬부, 데이케어센터, 무역회사 창고에서 일을 하였다.

 

어느 해 무역회사 창고에서 일을 하게 된 출근 첫 날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설렘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장으로 향하였다. 넓은 주차장과 커다란 창고에 가득 쌓인 박스들이 눈에 들어왔다. 해외에서 물품을 들여와 미국 전역으로 공급하는 회사였다. 컨테이너가 들어오면 가득 실린 물건들을 창고에 정리해야 했다. 몸은 금방 땀으로 흠뻑 젖었으나 가슴 깊이 밀려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서 일을 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의 뛰어난 재능이 뭔가? ‘눈치’아닌가? 좀 고상한 표현으로 하면 ‘상황 대처 능력’이라 하겠다. 거기에다 오래 전 신학교를 다니기 위해 공장과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몸의 감각들이 깨어나며 일은 점점 몸에 익숙해져 갔다.

 

하루는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입에서 노래가 나왔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쭈욱 펴면 고향의 안방, 얼싸 좋다 김 일병 신나는 어깨춤 우리는 한 가족 팔도 사나이…” 마지막 날, 모든 일을 마치고 인사를 하는 데 마음에서 울컥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집사님 부부의 얼굴의 주름과 굵어진 손마디가 지난 젊은 날을 불태우며 흘렸을 땀과 눈물의 수고, 기쁨과 슬픔, 절망과 소망이 담긴 아름다운 자국으로 가슴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후 교회를 섬기는 동안 많은 성도들의 삶의 현장에 심방도 다니며, 여전히 수고의 땀을 흘리는 성도들의 모습을 본다. 저마다 지난 날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인생의 스토리를 써가며 오늘까지 굳건히 서 오신 분들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일하고 계실 성도들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기도를 드린다. “하나님! 오늘도 각자 삶의 현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일할 성도들과 함께 하사 굳건히 붙잡아 주옵소서! 축복 가득한 하루 되게 하소서!”

Comment (1)

  1. 윤우파파 10/02/2019 at 11:34 am

    희노애락을 겪어가며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수고하신 한분 한분의 인생은 책 몇권에 담아도 모지랄 정도일 거란 생각입니다. 응원과 기도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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