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마 쿰 라우데 !

“옛날 옛적에 동그라미와 세모가 살았습니다. 둘은 언덕에서 구르는 시합을 자주 했는데 동그라미가 늘 빨리 내려갔습니다. 세모는 동그라미가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동그라미를 이기기 위해 언덕에서 끊임없이 구르고 또 굴렀습니다. 어느새 세모의 모서리는 둥글게 다듬어졌습니다. 이제 동그라미와 비슷한 빠르기로 언덕길을 내려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구를 때 잘 보이던 언덕 주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습니다. 구르는 일도 쉽게 멈출 수도 없었습니다. 세모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겉모습이 거의 동그라미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두 번 다시 세모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이기주 씨의 <언어의 온도>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세모는 세모대로, 동그라미는 동그라미대로 장점과 좋은 점이 있을 뿐, 누가 좋고 나쁘거나,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구르는 것에 있어서 동그라미가 유리할 뿐이었던 것입니다.

경쟁사회에 익숙한 우리의 이야기 같습니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하여 흉내 내며 따라 가다보니, 나의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나 아닌 타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요? 다른 누구에게는 없었던 나만의 장점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지요.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는 말처럼, 그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특기, 장점이 다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며 발전시켜 나갈 때 기쁨과 만족, 행복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한동일 교수가 쓴 <라틴어 수업>이란 책에 “숨마 쿰 라우데(Summa cum laude)”란 글이 있습니다. 숨마 쿰 라우데는 유럽의 대학에서 졸업장의 “최우등”을 표시할 때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라틴어의 성적표는 독특하다고 합니다. 우리처럼 다른 학생과의 비교를 통한 ABC의 성적표가 아니라, ‘잘했음/우등/우수/최우등’이란 표현을 쓴다고 합니다. 이는 누군가와 경쟁이나 비교가 아니라 각자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입니다.

즉 세모와 동그라미 중 빨리 구르는 자만 최우등이 아니라, 둘 모두 각자의 모습에서 숨마 쿰 라우데 최우등생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세모이십니까? 그렇다면 세모의 장점을 가지고 살아가십시오. 자신을 사랑하세요. 자신을 귀히 여기세요. 당신은 세모로서 “숨마 쿰 라우데, 최우등생”인 것입니다.

2019년 8월 27일

숨마 쿰 라우데 (김귀안)

Leave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