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대한 예의

손에 대한 예의

– 정호승

가장 먼저 어머니의 손등에 입을 맞출 것

하늘 나는 새를 향해 손을 흔들 것

일 년에 한번쯤은 흰 눈송이를 두 손에 고이 받을 것

들녘에 어리는 봄의 햇살은 손안에 살며시 쥐어볼 것

손바닥으로 풀잎의 뺨은 절대 때리지 말 것

장미의 목을 꺾지 말고 때로는 장미가시에 손가락을 찔릴 것

남을 향하거나 나를 향해서도 더 이상 손바닥을 비비지 말 것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지폐를 헤아리지 말고

눈물은 손등으로 훔치지 말 것

손이 멀리 여행가방을 끌고 갈 때는 깊이 감사할 것

더 이상 손바닥에 못 박히지 말고 손에 피 묻히지 말고

손에 쥔 칼은 항상 바다에 버릴 것

손에 많은 것을 쥐고 있어도 한 손은 늘 비워둘 것

내 손이 먼저 빈손이 되어 다른 사람의 손을 자주 잡을 것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고

어둠 속에서도 노동의 굳은살이 박힌 두 손을 모아

홀로 기도할 것

 

시의 제목이 <손에 대한 예의>입니다. 손이 부끄러운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그 만큼의 예의는 지키며 살자는 말이겠지요. 어느 구절이 가장 찔리시나요? 내 손을 보니 구구절절 부끄럽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책을 쓰다듬지만, 노동의 굳은살 없으니 두 손을 모아도 민망할 뿐입니다. 작가 김훈이 말했지요? “나는 <자본론>의 각주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망치를 들고 못을 박을 때, 못이 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긴다.”

목수의 손을 가지셨던 분이 생각납니다. 축 처진 손 잡아 일으키시던 손, 불가촉의 몸 기꺼이 접촉하신 손, 배신자의 발 씻기시던 손, 못 잡던 손,  못 박힌 손, 사람을 살리려고 입으신 거칠고 부드러운 그 손. 전신마비 구족화가 이상열 시인의 <새해 소망>이란 시도 떠오르네요. “새해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게 하소서.” 열 손가락 다 가진 손으로 쓰는 이 글이 부끄러워 서둘러 맺습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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