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이문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어릿광대처럼 자유롭지만
망명 정치범처럼 고독하게

토요일 밤처럼 자유롭지만
휴가 마지막 날처럼 고독하게

여럿이 있을 때 조금 고독하게
혼자 있을 때 정말 자유롭게

혼자 자유로워도 죄스럽지 않고
여럿 속에서 고독해도 조금 자유롭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그리하여 자유에 지지 않게

고독하지만 조금 자유롭게
그리하여 고독에 지지 않게

나에 대하여
너에 대하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그리하여 우리들에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는 브람스가 자신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붙인 악상기호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고독을 자신의 곡에 담아낸 브람스의 모티브입니다. 평생 한 여인만을 사랑하며 혼자 산 브람스다운 자기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언뜻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우리 인생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음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독 없이 자유롭다면 자신을 마주할 기회를 잃겠지요. 자유롭지 못한 고독은 그저 홀로 있는 고통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요.

그리스도인이야말로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고독하지만 자유롭게’ 사는 존재입니다.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누구보다 자유롭게, 아직 완성되지 않는 하나님 나라를 기대하며 누구보다 고독하게 사는 이들, 이름하여 그리스도인입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꼭 한 번 브람스를 들으며 이 기막힌 시를 묵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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