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落花)

낙화(落花)

이형기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건방진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요즘 ‘잘 늙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젊은 시절 존경 받던 분들의 추한 노년을 본 민망함 때문인 듯 합니다. 요즘 애들 표현으로 ‘쿨하게’ 미련 없이 퇴장하는 지도자들 보기가 어렵습니다. 은퇴를 선언한 후 어김없이 돌아오는 정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모세의 느보산을 거절하고 기어코 가나안에 들어가 영광을 누리려는 목회자들 역시 우리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듭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반면에, 꽃처럼 살지도 못하고 꽃처럼 지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은 얼마나 추한지. 피었으면 지고,사랑이 있으면 결별도 있는 순리에 순복하는 것이 그리도 힘든 것인지.

고생 끝에 마침내 얻은 안정과 인정을 미련 없이 뒤로 하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입장보다 퇴장이 아름답고, 청년보다 노년이 근사했으면 좋겠습니다. 온 몸을 불살라 충성을 다한 후에 “나는 무익한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한 마디로 족한 낙화(落花)이길 기도합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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