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돌

길가의 돌

정종수

나 죽어 하느님 앞에 설 때
여기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
한 사람 한 사람 붙들고 물으시면
나는 맨 끝줄에 가 설 거야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슬그머니 다시
끝줄로 돌아가 설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세상에서 한 일이 없어
끝줄로 가 서 있다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내 차례가 오면
나는 울면서 말할 거야
정말 한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무엇인가 한 일을 생각해 보라시면
마지못해 울면서 대답할 거야
하느님, 길가의 돌 하나 주워
신작로 끝에 옮겨놓은 것밖에 한 일이 없습니다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 세상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요?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드릴 말씀이 없네요. 내세울 만한 일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부끄러워 맨 뒤로 가서 섭니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떠올려보라는 말씀에, 길가의 돌멩이 하나 옮겨 놓은 일 울먹이며 꺼내 놓습니다.

서로 자기를 드러내려는 세상에서 얼마나 소박하고 아름다운 고백인지요. 시는 거기서 끝나지만,그 뒤에 건네실 하나님의 대답은 이미 시 속에 담겨 있네요. ‘고맙구나. 내가 창조한 돌 하나, 엉뚱한 자리에 있는 돌 하나, 잃어버린 돌 하나 살포시 옮겨 놓았으니 참 고맙구나.’

큰 일을 하려 하면 작은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대단한 일을 하려 하니 아무 것도 못합니다. 행여 누가 다칠까 돌멩이 하나 옮겨 놓는 마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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